“침체? 혁신의 기회와 함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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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ㅣ 임수지 교수
“높은 환율, 금리 등 경영 환경 나쁘다지만 미국은 지금이 기회”
“특히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미국 눈여겨 보라”
“수출보다 현지 생산위한 직접 투자 고민해야”
“혁신의 기회 잡으려면 디지털화, 자동화, 이종산업간의 협업이 핵심”
“한국의 우수한 기술, 인바운드 마케팅으로 접점 늘리고 알려야”

높은 환율과 금리 그리고 경기침체. 그럼에도 성장하는 기업은 있다. 임수지 교수 역시  “미국은 지금이 기회”라고 말한다. 그는 “기회를 살리려면 디지털화, 자동화, 이종산업간의 협업이 핵심”이라고 했다.

지난 9월, 방한한 임수지 에머슨대 마케팅학과 교수를 찾아가 ‘미국 진출의 기회’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수출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시설의 국내 이전)’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다. 임 교수는 20년 넘게 미국에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총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BDMT Global 대표로 글로벌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과 마케팅 통합(Marketing transformation) 업무를 최초로 통합,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5회 연속 비즈니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임수지 애머슨대학 마케팅학과 교수.

임수지 교수는 “한국기업들이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기회는 ‘미국’이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을 통과시켰다. 제조업 생태계 마련을 위한 조치다. 임 교수는 바로 이 지점을 ‘기회’라고 말한다.

“미국 시장에 수출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투자를 통한 미국 내 생산으로 확장을 고민해야 한다. 조인트벤처, 기업인수, 자체 생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은 현지 파트너와 미국 정부로부터 공동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제조 제약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에 대한 크로스 인더스트리트 콜라보레이션의 기회가 열렸다.

지난 10월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프라법에 근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원료의 국내 생산 확충을 위해 28억 달러(약 4조 원)를 12개 주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이미 기회를 포착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테네시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SK그룹은 포드사와 합작투자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회사 설립에 관한 MOU를 교환하고 2025년부터 미국에 23 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덕양, 성우하이텍과 같은 자동차 부품기업은 자체 공장을 열었고 KCC항공우주엔진, SK화학은 아예 미국기업을 인수했다.

“가진 것이 많은 한국이 부족한 미국에 가야 한다.” 임 교수의 말이다. 한국이 가졌다는 것은 제조기술. 한국은 제조업이 GDP25%를 차지한다. 미국은 11%. 게다가 한국은 그동안 끊임없이 기술을 강조하며 GDP4.8%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한다. 그는 “한국은 특히 하이엔드 기술 부문에서 선두다. 이제는 브랜드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 선두인 한국기업들이 미국 내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글로벌 인큐베이터 중 하나인 와이콤비네이터가 2005년 이후 지원한 기업은 총 3500개다. 그중 한국 스타트업은 9개. 페루나 케냐와 수가 같고 파키스탄, 이집트보다 적다. 포춘글로벌 500 중 한국기업은 16개. “‘글로벌’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적다고 생각한다. 유니콘 역시 분야가 다양하지도 않고 기업수도 18개로 미국의 600개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여기까지가 지난 9월, 임 교수의 말.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미국 보스톤에 있는 임 교수와 화상으로 만났다.

미국 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말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코로나19 기간, 미국은 그들의 취약점을 분명히 알게 됐다. 대만에서 생산되는 전자부품의 배송이 차질을 빚으며 제품생산이 중단됐다. 여러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고, 중국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는 미국은 자국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중국 제조기업과의 경쟁이 그렇다. 민감한 첨단 기술, 의료 및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미국이 자체 생산을 고민하게 됐다. 주요 전자제품과 디바이스의 수입국에서 제조국가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제조 부문을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에 맡겨왔다. 미국 내 공장은 폐쇄했고 숙련 노동자도 사라졌다. 지금 리쇼어링을 강조하지만 노하우(기술)와 기술(자동화, 생산공정, QA(품질보증))등이 약하다.

에너지, 로보틱스, 전자,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등 진보된 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왔다. 그밖에도 한국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도로 공사, 전기, 운송, 상수도, 광대역, 하이테크, 전자 제조, IoT, 로봇 및 기타 전략적 하드웨어와 같은 법안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산업에 참여해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전략’이 중요하다.

그중 특히 관심을 가져볼 만한 산업분야는 어딜까?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이다. 20229월 백악관은 미국 바이오경제 가속화를 위해 바이오테크놀로지 및 바이오제조 혁신 발전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미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의 3배 이상이다. 하지만 기대수명은 선진국 중 가장 낮다. 미국 병원의 35%를 차지하는 지방 병원의 40%가 폐원 위험에 처했다. 폐원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는 4600만 명(미국인의 14%)은 현재 심각한 의료 서비스 부족에 직면해 있다. 1차 진료 의료 전문가 부족 지역(HPSA)70%가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지방병원 10곳 중 7곳은 의료 인력이 모자란다. 2022년 7월, 미국 병원 협회(American Hospital Association)는 “국가 비상 사태”를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부족한 간호사가 110만 명에 이른다. 최근 AAMC(미국 의과 대학 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37800~124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하지만 지역 예산은 한정돼 있다. 결국 휴대용 의료기기, 효과적인 소형 의료 기기 및 시스템, 자동화, AI기술, 모바일 진료 및 재택간호 등에 투자할 것이고 그곳에 기회가 있다.

한국의 메드텍(med tech)과 헬스테크(health tech)는 글로벌 혁신의 선두에 있는 만큼 상업적으로 적용 가능하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방대한 전문 의료 지식과 데이터를 보유한 의료기관에게 테크놀러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의 경험이 더욱 필요하다. 다양한 기술 트렌드가 의료 산업의 디지털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기회를 잘 살리려면 제조, 바이오 등 한국 기업은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제품 (또는 테크놀러지) 주도 기업’에서 ‘시장-주도 기업’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시장 주도형 전략은 제품 (또는 테크놀러지)주도형 전략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제품 (또는 테크놀러지)주도 기업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제품을 만든다. 이경우 단기로 기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지만 성숙한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시장-주도형 기업은 잠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관점에서 출발하며, 고객·파트너와의 관계를 확보하면서 지속 성장률을 보인다. 시장의 언멧니즈(unmet needs: 문제점) 해결 방안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인텔의 경우 제품 (테크놀러지) -주도형 조직에서 시장-주도형, 고객-주도형 조직으로 전환해 시장과 고객 및 ‘잠재’ 고객 니즈에 집중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키면서 매출, 고객 만족도, 충성도를 크게 높였다.

반면, 노키아는 2003 40% 이상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선호하는 급속한 시장 (잠재 고객) 변화를 놓치게 되면서 치명타를 받았다.

 ‘시장 주도형’ 전략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제품이라 할지라도 시장의 니즈를 이끌어 내거나 주도하지 못하면 판매도 일시적으로 끝난다. 마켓에서 사라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미국은 노동력 및 기술 부족과 같은 많은 내부 문제로 인해 디지털화와 프로세스 자동화에 대한 니즈가 크다. 한국은 근로자 1만명당 930개 이상의 산업용 로봇화로 직원당 로봇 밀도가 세계 1위. 미국은 2020년에 250개다. 한국은 근로자 수당 로봇 수의 절대 강자인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로봇은 전세계적으로 그 분야 리더가 아니다. 로봇 중 가장 진보되고 복잡한 AMR(Autonomous Mobile Robots)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 기업들은 기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브랜드로서 세계 로봇시장에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로봇뿐만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부족하며 글로벌 포지셔닝, 협업 및 브랜드 전략에 대한 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그 결과 기술은 우수하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당시 미국 닷컴 버블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였던 보스턴에서 글로벌 마케팅기업 이사로 활동하던 시절 지멘스, GE, 테라다인, 삼성 (한국 기업으로서는 당시 유일)등 다국적 기업의 전략 업무를 리드했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는 2000년을 전후로 크게 달라졌고 브랜드 임팩트가 B2B 사업 개발 차원에서 얼마나 큰지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다.

당시 글로벌 이노베이터, 얼리 어답터들의 성공 전략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실패한 기업들도 목격했다. 이 경험은 내가 <사업 개발 (BD) 및 마케팅(MT>기능을 최초로 병합한 BDMT Global을 스핀 오프시켜 전략적 글로벌 사업 개발에 열정을 쏟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기술혁명은 많은 기업들이 오프라인, 또는 유통이나 전시회에 의존하던 소극적 사업 개발 세일즈 마케팅 방식에서 탈피하는데 공헌했다. 기업 규모가 작거나 불리한 지리적 환경에 있더라고 효과적으로 시장을 주도할수 있는 기회와 방법들이 생겨났다. 우리 한국 기업들은 이런 변화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여전히 전시회나 박람회를 주요 기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전시회 현장을 찾지 않는 바이어들이 세계 시장에는 더 많다. 코로나 이후 이는 더욱 그렇다. 기업의 제품이나 기술이 ‘잘 찾아질수’ (Get found) 있는 인바운드 (찾아지는) 방식의 사업 개발 마케팅 프로세스를 구축하게 되면 기술과 지역을 넘나들 수 있다.

‘시장 주도형’ 전략을 위해선 기업이 사업개발 및 마케팅 차원에서 혁신해야 할 것 같다.

첫째, ‘피플’, 즉 조직 문화다. 전자상거래의 37%를 점유한 아마존 조직 문화의 핵심은 속도, 민첩성 및 적응성이고 이것이 곧 성공의 열쇠라고 했다. 그들은 온라인 이커머스를 ‘기술적’으로 새롭게 발명한 것이 아니다. 고객 경험 대부분의 평범한 요소를 빠르게 반복, 성공적인 기업으로 이끌었다.

둘째, 효율적인 사업 개발 마케팅 ‘프로세스’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세일즈를 위한 홍보와 광고 그 이상을 포함한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콜드 콜링 아웃바운드 방식 (전혀 상대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술이나 제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방식) 의존하면서 시간과 노력(비용)을 낭비하고 있는가.

바이어 구매 결정 과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한 예로, 기업들의 피치덱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회사 설명 자료)이 지나치게 기술적인 내용에 치우쳐있다. 언멧 니즈 측면에서 시장에 주는 임팩트를 소통해야 한다. 또 소통 대상이 사이언티스트나 엔지니어만 있는것이 아니라 고객, 환자, 의사, 인플루언서, 구매 당사자, 유통 등 산업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각각의 역할에 따라 듣고자하는 내용도 달라지니까.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멀티 채널 육성 프로세스와 정확한 구매 과정 분석을 통한 전략적인 인바운드 사업 개발 마케팅 프로세스가 필수다.

셋째, 이를 위해 테크놀러지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아직도 오프라인 전시회 현장이나 바이어 컨퍼런스에서 제공하는 파트너링 이벤트 현장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 기업들은 바이어들과의 디지털 접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가령,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경우 종료 후 1년 동안 개방된다. 사고 리더십 (thought leadership)을 통해 업계 전문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다양한 컨텐츠로 ‘쉽게 찾아지는’ 인바운드 방식을 바탕으로 24시간 전략적 디지털 너처링 프로세스를 통해 잠재 바이어들과의 접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좋은 예로 미국 신경과학의약품 개발업체 세이지 테라퓨틱스가 있다. 그들이 참석한 각 컨퍼런스의 사전·사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규모가 큰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어필했다. 또 환자 커뮤니티에 지속 참여하기도 했다.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등 최종 사용자와도 소통했다. 이후 업계 선두 주자인 바이오젠과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 전략의 성공을 입증했다

시장엔 기업과 기업뿐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브랜드 기반 영업 전략은 판매 기반 성장보다 훨씬 비용이 저렴하고 효과적이다. 특히, 바이오 헬스케어 제약 회사는 환자나 환자 가족을 회사 환자자문 위원회 일원으로 포함시키거나, 현지 커뮤니티 일원으로 사업 개발 마케팅 진행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은 시장에서 엄청난 격차를 만든다.

최근 한국에서 한국 기업 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방안을 논하기 위한 자리에서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책을 의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리나가 기업들이 아직도 유통, 또는 오프라인 전시회에 의존하는 문제점에 대해 “늘 하던 방식대로 하는거지요. 익숙하니까.. .” 란 얘기를 들었다. 20년전 방식대로 하게 되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다른 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국 기업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업 리더의 패러다임 시프트, 사고의 전환점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 제품이나 기술 주도 방식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이다.

혁신을 위해 사업 개발 마케팅 조직 역량을 강화시키고, 테크놀로지 혁명이 주는 혜택을 통해 사업 개발 마케팅 조직 프로세스를 전략적으로 재정비하여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기회와 이종산업산 협업을 통해 미국 시장 확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 포춘코리아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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